제조업 근로시간 단축과 생산성 개선을 상징하는 작업 현장 이미지

임금 감소 없는 주 4.5일제, 제조업에서도 가능할까…현장 실험이 던진 질문

핵심 요약

노사발전재단은 2026년 9월 10일 서울 구로구의 의료용 기기 제조기업 에스엔제이를 방문해 임금 감소 없이 주 36시간제를 도입하려는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 회사는 이미 2021년부터 주 38시간제를 운영해 왔고, 올해는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을 통해 주 36시간제로 한 단계 더 줄이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제조업은 설비 가동과 생산·출하 일정이 근로시간과 직접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사례는 단순한 복지제도보다 생산방식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을 함께 시험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려 하나

공개된 계획에 따르면 에스엔제이는 첫 단계에서 주 5일 출근 체제를 유지하되 월·수요일은 7시간, 화·목요일은 8시간, 금요일은 6시간 근무하는 고정형 주 36시간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제도가 안정되면 주 4시간의 단축 범위 안에서 근로자가 업무 상황에 맞춰 요일과 시간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중요한 점은 근로시간 단축이 곧바로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법정 소정근로시간 주 40시간 체계를 유지하면서 줄어드는 4시간을 유급 면제 처리해 임금을 100% 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개별 기업이 설계한 운영 모델이지 모든 사업장에 자동 적용되는 법정 기준은 아니다.

제조업에서 더 어려운 이유

사무직은 회의와 보고, 커뮤니케이션 절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시간을 절약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제조업은 근로시간 감소가 생산량과 납기, 설비 가동률에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공정 간 연결이 촘촘한 사업장에서는 한 부서의 일정 변화가 다음 공정과 출하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스엔제이는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영업과 제조 부서를 연결하는 계획생산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생산·출하 요청부터 재작업 일정까지 출고 이전 과정을 표준화하고, 여러 경로로 흩어진 업무 소통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퇴근 뒤 모바일 알림을 줄이는 등 실제 근무시간 밖의 업무까지 줄이려는 방안도 포함됐다. 결국 핵심은 같은 일을 더 빨리 시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절차와 대기시간을 줄여 제한된 시간 안에서 생산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정책 논쟁과 연결해서 볼 점

주 4.5일제 논의에서는 대개 ‘노동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이 떨어지는가’와 ‘임금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동시에 쟁점이 된다. 에스엔제이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도 두 조건을 함께 시험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 기업에서 공정 개선을 통해 성과가 확인되더라도 산업 전체로 일반화하려면 더 많은 사업장의 자료가 필요하다.

특히 제조업 안에서도 주문형 생산인지 대량생산인지, 교대제가 있는지, 자동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 인력 부족을 완화하고 숙련인력의 이탈을 줄일 가능성이 있는 반면, 추가 채용이나 설비투자가 필요한 사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책 효과를 판단할 때는 근로자 만족도뿐 아니라 기업의 비용 구조와 생산성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이번 사례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 지표

주 36시간제가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되려면 단순히 근무시간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도입 전후의 생산량, 납기 준수율, 불량률, 초과근로시간, 인건비와 추가 채용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임금 보전뿐 아니라 업무 강도가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았는지, 휴식과 일·생활 균형이 실제로 개선됐는지가 중요하다.

기업 측에서는 주문 변동이 큰 시기에도 제도가 유지되는지가 관건이다. 평상시에는 계획생산으로 대응할 수 있더라도 갑작스러운 대량 주문이나 납기 변경이 반복되면 초과근로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시범 운영 결과와 계절별·수주별 생산성 변화를 장기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와 기업이 실제로 확인할 부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라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근로시간과 유급 처리 방식이 어떻게 적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 4.5일제’라는 명칭이 같아도 금요일 반일 휴무, 매일 단축근무, 격주 휴무처럼 운영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임금 보전 범위와 연장근로 산정 기준도 사업장별 설계에 따라 체감이 달라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축 전후 데이터를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매출이나 총생산량만 보면 경기나 수주량 변화가 섞일 수 있으므로 시간당 생산량, 불량률, 납기 지연, 연장근로, 이직률처럼 비교 가능한 지표를 함께 봐야 제도의 실제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사실과 전망을 구분해서 볼 점

현재 확인된 것은 에스엔제이가 주 36시간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고 노사발전재단이 현장을 점검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례만으로 제조업 전반에서 주 4.5일제가 곧 확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업 규모, 자동화 수준, 교대제 여부, 주문 구조에 따라 적용 난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 여유가 적은 중소 제조업에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추가 인력을 채용해야 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공정 표준화와 업무 효율화가 함께 이뤄진 사업장에서는 짧은 노동시간이 인력 확보와 이직률 감소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부분은 향후 실제 운영 결과로 확인해야 할 전망 영역이다.

한국 독자가 알아둘 점

이번 사례는 ‘주 4.5일제’라는 표현 때문에 금요일 오후를 일괄 휴무하는 제도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사업장별로 다를 수 있다. 에스엔제이의 초기안도 주 5일 출근을 유지하면서 특정 요일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형태다. 따라서 향후 유사 제도가 다른 회사에 도입될 때는 주당 총 근로시간뿐 아니라 임금 보전 여부, 실제 출근일, 초과근로 처리, 업무 강도 변화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 볼 포인트

  • 시범 운영 이후 실제 주 36시간제가 언제 정착되는지
  • 생산량·불량률·납기 준수율이 근로시간 단축 전후 어떻게 달라지는지
  • 임금 100% 보전이 유지되는지와 초과근로가 다시 늘지 않는지
  • 제조업의 다른 기업으로 비슷한 모델이 확산되는지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