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간첩죄 적용 확대와 반도체 산업기술 보호를 설명하는 컴퓨터 칩 이미지

간첩죄 73년 만에 확대, 9월 13일 시행…반도체 기술유출 처벌이 어떻게 달라지나

핵심 요약

2026년 9월 13일부터 한국 형법의 간첩죄 적용 범위가 73년 만에 크게 바뀐다. 기존에는 사실상 북한과 같은 ‘적국’을 위한 간첩행위가 중심이었지만, 새로 신설된 형법 제98조의2는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해 그 지령·사주 또는 의사 연락 아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넓힌다. 법무부는 해당 조항의 법정형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규정했다.

이번 변화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배터리·방산·AI 같은 첨단 산업의 기술유출 문제가 단순한 영업비밀 분쟁을 넘어 경제안보 문제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이 2025년 적발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33건이었고, 이 가운데 중국 관련 사건이 18건으로 54.5%를 차지했다. 다만 이번 개정이 시행된다고 해서 회사 자료를 해외로 넘긴 모든 사건이 자동으로 간첩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상 정보가 형법상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외국 측의 지령이나 사주 또는 의사 연락이 있었는지 등을 사건별로 따져야 한다.

확인된 사실과 해석·전망 구분

확인된 사실: 법무부가 공개한 법률 제21450호에 따르면 형법 제98조의2 ‘외국 등을 위한 간첩’이 신설됐다. 조문은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해 외국 측의 지령·사주·그 밖의 의사 연락 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방조한 사람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법은 2026년 3월 12일 공포됐고, 관련 개정 규정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13일부터 시행된다.

해석·전망: 제도의 실제 효과는 앞으로 수사기관과 법원이 ‘국가기밀’, ‘외국에 준하는 단체’, ‘지령·사주·의사 연락’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외국 정부가 아닌 해외 기업과 관련된 산업기술 유출 사건에 새 조항이 어느 범위까지 적용될지는 판례가 쌓여야 더 분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왜 중요한가

기존 간첩죄 체계는 냉전기 안보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져 ‘적국’ 개념이 핵심이었다. 한국에서는 판례와 법체계상 사실상 북한 관련 사건을 중심으로 적용돼 왔기 때문에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제3국과 연계된 민감 정보 유출 사건에 간첩죄를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문제는 오늘날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 군사기밀만이 아니라 반도체 공정, 고대역폭메모리(HBM), 이차전지, 조선, 원전, 방산, 인공지능 같은 산업·과학기술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특정 기술 하나가 해외 경쟁사의 개발기간을 수년 단축하거나 공급망의 우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주요국은 기술유출을 국가안보 문제로 다루는 추세다.

한국에는 특히 의미가 크다. 반도체는 최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및 AI용 HBM 공급망의 핵심 기업이다. 해외 기술유출이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수출경쟁력과 산업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발생 배경

개정 논의의 배경에는 반복되는 첨단기술 유출 사건이 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술유출 적발 사건은 179건으로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고, 해외 유출은 33건이었다. 해외 유출 가운데 중국 관련 사건은 18건으로 절반을 넘었으며, 분야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등 전략산업이 포함됐다. 피해 기업의 다수는 보안인력과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이었다.

대표 사례로는 삼성전자 출신 연구원이 핵심 DRAM 공정기술을 중국 반도체 기업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2026년 4월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다. 당시 적용된 핵심 법률은 산업기술보호법 등이었으며, 기존 간첩죄의 ‘적국’ 요건 때문에 제3국 관련 사건에 간첩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다시 부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2026년 2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3월 12일 공포됐다. 법무부는 개정 이유로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해 변화한 안보환경에 대응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현재 진행 상황

9월 13일부터 새 조항이 실제 수사와 기소의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다. 다만 시행일 이전에 이미 완료된 행위에 신설된 불리한 형벌 규정을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 앞으로 발생하는 사건 또는 시행 이후 계속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새 조항 적용이 검토될 수 있다.

수사기관도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산업기술 유출 전담 인력을 늘리고 국가정보원,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지식재산 관련 기관 등과 정보공유를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기술유출 사건은 일반 범죄보다 디지털 포렌식, 기술 가치 판단, 해외 공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법률만 강화한다고 바로 수사 성과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요 관계자 및 쟁점

첫 번째 쟁점은 무엇이 ‘국가기밀’인가이다. 기업이 비공개로 보유한 정보라고 해서 모두 형법상 국가기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비공개성, 국가안전보장과의 관련성, 실질적 보호 필요성 등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영업비밀 유출과 간첩죄는 여전히 구분된다.

두 번째는 외국 기업이 ‘외국에 준하는 단체’에 포함되는 범위다. 법 조문은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라고 규정하지만, 모든 해외 기업과의 접촉이 곧바로 간첩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 측을 위한 행위인지, 지령·사주 또는 구체적인 의사 연락이 있었는지가 핵심 구성요건이다.

세 번째는 정상적인 국제 공동연구·기술수출과 범죄행위의 경계다. 한국 기업은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파트너와 반도체·방산·원전·AI 분야에서 공동개발과 기술이전을 활발히 진행한다. 적법한 승인과 계약에 따른 기술협력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우려가 산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네 번째는 처벌 수위다. 신설 조항은 ‘3년 이상 유기징역’을 정한다. 이는 최소 형량을 의미하며 구체적 선고형은 범죄의 중대성, 유출 정보의 성격과 피해, 가담 정도 등에 따라 법원이 판단한다. 일부 보도에서 언급되는 ‘최대 30년’은 형법상 유기징역의 일반적 상한과 연관된 설명이지, 모든 기술유출 사건에 30년형이 적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전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적용 사례다. 향후 외국 정부·기관 또는 해외 기업이 관련된 기술유출 사건에서 검찰이 제98조의2를 실제 적용하는지, 법원이 국가기밀과 외국 측 의사 연락을 어떤 기준으로 인정하는지가 향후 수년간 제도의 실질적 범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별도의 산업기술보호법, 영업비밀 관련 법률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하나의 기술유출 사건에서 여러 법률이 동시에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해당 정보가 단순 영업비밀인지, 국가핵심기술인지, 형법상 국가기밀인지 각각 판단해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퇴직자 관리, 핵심자료 접근권한, 외부저장장치와 클라우드 사용, 해외 연구기관·협력사와의 자료 공유 절차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보안 조직이 작기 때문에 정부의 기술보호 지원과 보안투자 확대가 병행되지 않으면 법 강화만으로 예방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 또는 알아둘 점

일반 국민에게 이번 법 개정이 곧바로 일상생활의 큰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도체·배터리·방산·AI·원전 등 전략산업에서 근무하는 연구자와 엔지니어, 해외 협력 업무를 맡는 기업에는 중요한 변화다. 회사의 비공개 자료를 개인적으로 보관하거나 퇴직 후 이전 직장의 자료를 해외 업체에 넘기는 행위는 기존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 국가기밀 요건까지 충족하면 더 무거운 형사책임이 검토될 여지가 커진다.

반대로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면 간첩죄’라는 식의 해석은 잘못이다. 이직 자체, 공개된 전문지식의 활용, 적법한 공동연구는 새 조항의 구성요건과 다르다. 실제 간첩죄가 성립하려면 외국 등을 위한 목적과 지령·사주 또는 의사 연락,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보,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 등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이번 개정의 의미는 모든 기술유출을 간첩죄로 바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외국 관련 국가기밀 유출에도 간첩죄를 적용할 법적 통로를 처음으로 만든 것에 있다. 실제 산업보호 효과는 앞으로의 수사 역량과 판례, 기업 보안체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결합되느냐에 달려 있다.

참고 출처

대표 이미지: Unsplash / Brian Kostiuk. 본 사건의 실제 유출 장면이 아닌 반도체·산업기술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 이미지입니다.